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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꿈같은

2020을 돌아보며 글쓰기

by 썸머Summer 2021. 1. 1.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는지 모르게 우당탕탕 흘러가는 요즘이라 글쓰는 것도 귀찮고 해서 그냥 잘까 했는데 
그래도 한해 마무리는 해보고 싶어서 밤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목표는 12시 전까지 글을 다 쓰는 것. 그러므로 퇴고 없이 바로 간다. 렛츠 고

올 한해는 정말 버밍이로 시작해서 버밍이로 끝난 한해였다. 
우선 1,2월. 정말 버밍이가 건강하게 잘 있기만을 바라면서 입덧을 하며 맘을 졸이며 1,2월을 보냈다. 친구 덕분에 글쓰기 모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그 당시의 내 생각들을 충실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작은 책자이지만 나름 출간(?)을 한 것이 올해 잘 한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비오는 우중충한 날에 초음파를 보러 다닐 때 괜히 조마조마하던 그 심정, 입덧 때문에 아무것도 못먹으니까 갑자기 머릿 속 식욕만 폭발해서 생전 보지도 않던 먹방을 보던 일, 남편이 나를 위해 해준 음식들, 그러면서 정말 운 좋게 다녀온 테네리페로의 태교여행까지. 아직 영국에 있던 그 때가 또 생생히 떠오른다. 

3,4월. 코로나바이러스가 정말 본격적으로 세계를 휩쓸고 긴장이 고조된 나날들. 대대적인 락다운 상황에 드라이브 스루로라도 맛봤던 디카페인 스벅 라떼, 짧지만 행복했던 웨일스 여행. 그러나 당장 한국에 입국할 비행기편을 급하게 구하고 모든 가게가 닫힌 히드로 공항을 긴장하며 빠져나왔던 날. 한국에 도착해 2주간의 길다면 긴 자가격리의 시간과 오랜만에 한국의 풍경들을 느꼈던 날들이 있었다. 

5,6월. 본격적인 출산 준비. 매일매일 핫딜방과 당근마켓을 들락날락 거리며 하루가 멀다하고 택배를 주문하던 시절. 원래 온라인 쇼핑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아가의 물건들을 하나씩 사 모으고, 출산과 육아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엄마가 되는 마음의 준비를 해 나간 시간들이었다. 

7월. 나와라~나와라~하고 노래를 불렀지만 결국 예정일이었던 15일을 넘겼고, 밤새 진통을 했지만 진행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일요일엔 나오시지 않지만 당직 선생님께 수술을 받기엔 너무 불안해 급하게 담당 선생님을 호출해 버밍이를 만났던 7월 19일 오전 9시 58분. 그리고 정말 너무너무 아프고 무섭고 힘들었던 병원에서의 일주일과 정신없이 지나간 조리원에서의 2주일. 과연 내가 조리원 동기라는 것을 만들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소한 엄마들이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서 금방 친해져 아직까지 잘 연락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는 딱 한번밖에 못만났지만 어찌나 재밌던지. 상황이 좋아지면 정말 아가들도 데리고 같이 만나고 싶다. 

8,9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육아의 시작에 많이 혼란스럽고 막막했던 시기. 지금 생각해보면 일단 내 몸이 회복이 덜 되었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것이 처음이고 책과는 너무 다르고 나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할지 모르겠고 이런 부모로서의 삶을 내가 죽을 때까지 살아야한다는 것에서 오는 막막함이 정말 커서 엉엉 울던 날이 많았다. 아마 호르몬의 영향으로 산후 우울 그런 것도 있었겠지. 그치만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게 된 엄마와 동생, 그리고 아침잠이 없는 아빠, 정신적으로 지지해주고 주말마다 내려와 육아를 도맡아 해준 남편 덕분에 무사히 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10,11월. '100일의 기적'이라는 말 때문에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100일이 드디어 찾아왔다. 기적도 같이 찾아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말 이제는 내가 이 생활에 조금 적응이 되어서 8,9월에 맛본 혼란스러움과 피로감은 많이 줄어들었다. 아가도 이제는 신생아 티를 벗고 제법 엄마를 알아보고 웃어주고 하면서 더욱 힘을 낼 수 있던 날들. 

그리고 이제 12월. 오늘은 12월 31일. 지금은 11시 49분. 와 나름 빨리 썼다.
육아가 힘들긴 하다. 그치만 마음은 편하다. 당장 내일 걱정을 할 필요 없이 그냥 아가랑 행복하게 웃고 보내면 되니까. 근데 그냥 잠을 설치는 것과 내 의지보다는 아가의 의지로 모든 생활이 이루어진다는 점, 퇴근도 주말도 없다는 점, 하루종일 이야기 할 상대가 없다는 점 등이 조금 힘들 뿐. 그냥 다 감사하고 감사한 날들이다. 

올해는 정말 코로나바이러스로 세상이 고통스러웠던 해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연초에 이시국 독서~이러면서 페스트도 읽고 했지만 정말 이렇게 1년을 꼬박 코로나에 시달릴 줄은 몰랐다. 그래도 어느 정도하면 없어질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이젠 어떤 나라에선 백신 접종도 시작되었다고 하던데 내년엔 정말 없어질거라고 믿고 싶다. 이랬는데 내년 12월 31일에 와 정말 올해도 안 없어질 줄은 몰랐다 이러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만 많은 사람에게 괴로운 한 해였겠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고 고마운 2020년이다. 버밍이를 만날 수 있도록 해 준 모든 것에 감사한다. 

내년엔 이제 버밍이도 걷기 시작할텐데 정말 마스크 없이 즐겁고 마음 편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버밍이가 최대한 많이 안 아프고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한 아가로 매일매일 보냈으면 좋겠고, 나는 음 내년 복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학원도 꼭 가고 싶다. 말만 이렇게 할 게 아니라 공부를 해야 하는데. 참 나도 게을러서 큰일. 좀 더 나의 꿈에도 집중해보자. 

그냥 나는 매년 연말에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난다. 영원히 고2인 그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드려본다. 올해 버밍이를 낳아서 그런지 아가들에 대한 뉴스들에 더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년엔 이 세상에 모든 아가천사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정말 해피 뉴 이어. 2021년의 행복을 바라본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기억하자. 
2021년 1월 1일 오전 00시 7분. 행운의 럭키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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