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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___Diary

100일을 앞둔 버밍이의 생활

by 썸머Summer 2020. 10. 20.


아기를 돌보기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버밍이의 발달사항이라든지 특기사항 등을 기록하는 것에 소홀했던 것 같다. 덧붙여서 나의 생활에 대한 기록도. 시간은 흘러가고 기억은 휘발되고 결국 적힌 글, 찍힌 사진만이 남아 내 인생을 이루는 것인데. 이제부터라도 부지런히 기록할테야!

우선 오늘은 버밍이가 태어난지 94일 되는 날이다 :)
90일 쯤에 들어서면서 우리 버밍이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생겼다.

1.배냇웃음이 아닌 눈이 마주치면 꺄-하고 웃는 사회적 웃음이 생겼다. 물론 기분 좋은 꿈을 꾸는지 아직도 잘 때 씨익 웃긴 하지만.

2.자기 웃음 소리가 신기한지 막 소리치고 그 소리에 까르르 웃는다.

3.살짝 과묵해졌었는데 그 시기를 지나 명랑해지면서 장난치고 싶어하는 듯하다

4.침이 많아졌다. 거품이 부글부글. 푸푸 불기도 한다.

5.원래는 트림을 잘 했는데 요샌 트림을 잘 안하거나 해도 좀 약하게 한다. ㅠㅠ 속 시원하게 트림하던 시절이 그립구나.

6.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잘먹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1주일에 4-500g 씩 증가), 요즘은 좀 덜먹는 것 같다. 무게를 재어보니 8.3kg 정돈데 물론 하루에 먹어야 할 정상범위 안에 들어있지만, 1회 수유량이 늘지 않는다. 아직은 3시간 텀을 유지하는 울 아가. 3시간에 160-170 정도씩 먹는데, 컨디션에 따라서 20-40 정도를 남기기도 한다. 

7.자러 가는 시간은 9시 전후. 좀처럼 앞당겨지지가 않는다. 목욕을 일찍도 시켜보고 수유시간도 조정해보았지만 낮잠이 하나 더 생겨버리거나 잠투정만 심하게 부리다가 결국엔 9시 전후의 시간이 되어야 잠이든다. ㅠㅠ 10시 전에 자니까 아기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을 것 같은데 육퇴시간을 조금 앞당기고 싶은 엄마의 바람이랄까...

8. 9시 전후에 잠들면 12쯤 꿈수를 하고 5시반 정도에 일어나 먹기, 이 패턴이 그동안 쭉 이어져 왔는데 이틀전부터 9시 전후에 잠들어서 1-2시에 꿈수, 그리고 5시-5시반 정도에 뒤척뒤척할 때 쪽쪽이 물려주기 그 뒤엔 굉장히 얕은 잠을 이어가며 최종적으로 7시반-8시반 정도에 일어났다. 이런건 통잠을 잤다고 쳐야하나. 뭐 어쨌든 나름 내 체력이 견뎌줄 정도로 잠을 이루게 도와준 점만으로도 고맙다 버밍아 >_< 

9. 낮잠은 하루 세번 정도 잔다. 원래 낮잠은 토끼잠 수준으로 잠들었는데 요즘은 1시간 정도씩은 자 준다!. 그 중 낮잠2는 엎드려 재우면 가끔 2-3시간도 잔다. 덕분에 이렇게 기록할 시간, 내 책을 읽을 시간들이 생겼다. 더 나빠지지 말고 이대로만이라도 해주렴 +_+


*다음주 월요일이 100일, 이번주 주말에 100일 잔치를 미리 할 예정이다. 100일이라니. 조리원에서 갓 나와서 막막한 기분으로 아기를 안으며 달력을 하염없이 쳐다봤었는데. 언제쯤 100일이 올까. 100일의 기적이라던데 그때는 편해질까 하면서. 정말 시간이 해결해준다던 많은 사람들의 말처럼 50일이 지나고 60일이 지나고... 100일쯤 되니까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갈 길이 멀고도 멀지만. 비록 어깨, 허리 통증은 없어질 날이 없고, 눈 밑으론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지만... 비록 하루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지지만... 비록이 왜 이렇게 많지. 허허 그렇지만 감사함을 많이 느끼며 지내는 요즈음이다. 내겐 너무 당연한 것들도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버밍이를 보면서 더 그런 감정이 든다. 94일간 차근차근 자라준 버밍이와 그렇게 커올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존재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 

*오랜만에 핸드폰 사진첩을 뒤적거리다가 우리 아가 조리원에서 나와 집에 도착한 날의 사진을 보았다. 예정일을 넘겨 태어나 다른 아가보다 커서 그런지 '작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 보니 그때의 우리 아가가 너무 쪼그맸다. 정말 버밍아 너 열심히 커줬구나. 아직도 쪼그매서 뭘 얼마나 컸나 싶었는데 이렇게 자랐다니. 새삼 아가의 성장이 눈부시다. 내겐 항상 불안과 걱정이 깔려있었다. 곧 잠퇴행기라는게 온다던데, 뒤집기 시작하면 엄청 신경쓰인다던데, 이유식은 어떡하지, 미운 X살이 되면 훈육은 어떻게 해야할까 등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다 아가의 눈부신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완전 쪼꼬미에서 조금 쪼꼬미가 되고 거기서 조금 더 자란 쪼꼬미가 되고.. 다가올 모든 시간들을 우리 아가가 터벅터벅 밟아갈 성장의 시간이라며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다. 


*출산 후 지금까지 친정에서 아가를 키우다가 엊그제 정말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영국으로 떠난 뒤 처음 돌아온 것이니 2년 좀 넘는 시간 만에 돌아온 것이다. 친정에서 우리 버밍이는 우리 엄마아빠 즉 할비할미의 사랑을 담뿍 받으며 자랐다. 내가 처음 겪는 육아라는 생활이 너무 버거워 격동의 마음을 겪고 있을 때 아가는 이렇게 사랑해주는 것이라고 보여주듯이 엄마아빠는 여유롭게 버밍이를 돌봐주었다. 나도 아기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렇게까지 사랑해줬을까.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막 동네분들께 데리고 다니며 자랑하고 그러셨다던데. 당연하겠지만 아기때라 그런지 전혀 기억이 없다. 다 크고 나서는 명절 때만 찾아 뵙고 그래서인지 할아버지 할머니를 대하기가 조금 어색하기 까지 한데. 우리 버밍이도 할비할미가 이렇게 사랑해줬던거 잘 기억하지 못할까. 슬프게도 사랑은 결국 내려가게 되어있는건가. 아가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준거 잘 기억해야해. 

*오늘 처음으로 혼자 아기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그동안은 쭉 친정에 있었기 때문에 엄마랑 같이 나갔었는데 오늘은 첫 산책! 그런데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도시의 특성 때문인가. 신축 아파트라 단지 조경은 너무 잘 되어있고, 길도 매끈하고 차도 안다녀서 유모차가 다니기에도 딱 좋았다. 그런데도 그냥 뭔가 텁텁한 이 기분은 뭘까. 사람사는 냄새가 덜 난다고나 할까. 신도시의 한계인 것 같다. 단지를 지나 상가단지로 나오면 부동산이나 프랜차이즈 가게 같이 재미없는 가게만 드문드문 들어와있는 풍경이 싫더라. 버밍이가 자라서 학교에 다닐 때쯤에는 이 도시도 정감있는 이웃들이 오손도손 사는 그런 곳이 되겠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서 하늘이 파란데도 뭔가 답답한 파란색이었는데 지금 내 기분이 마치 그런 느낌이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그런가. 그래도 영국으로 가기 전에는 내가 사는 도시라고 정을 붙였던 것 같은데 다시 돌아오니 처음 이 도시에 왔을 때처럼 약간은 삭막하다. 아마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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