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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___Diary

요즘 나에게 필요한 정리

by 썸머Summer 2020. 1. 15.

 

이 글이 아마 내가 쭉 써내려갈 글들의 서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나는 무엇보다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리적인 정돈이 아닌 나의 감정, 생각 그리고 흘러가는 일상의 시간들의 정리가 필요하다. 

현재 나는 임신 13주차의 임산부이다. 지금도 지속되고는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심한 입덧에 시달려서 오늘이 크리스마스인지 새해인지도 모른 채로 연말을 보냈다. 그래서 2019년의 마무리도, 2020년의 다짐도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한해가 넘어가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가 1월부터 매일 글쓰기에 도전해보자고 권했을 때, 내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연한 기회로 해외에 잠시 거주하고 있는 것도, 그리고 타국에서 임신을 한 것도 내겐 하나하나가 겁이 나고 혼란스러운 일들이라 나의 경험들과 그로 인해 느낀 감정들이 잡동사니처럼 너저분하게 늘어져 있는 것을 바라보며 얼른 정리해야 할 텐데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내가 자발적으로 부여한 ‘매일 글쓰기 도전’이라는 약간의 강제성이 나의 생각과 하염없이 흘러가는 것 같은 나의 시간들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 마음이 미로에 빠진 듯 복잡할 때 글로 그 마음을 쓰다보면 조심스럽게 실타래를 붙잡고 미로의 끝을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서 앞으로 임신이라는 보편적인 듯, 그러나 한편 개인적이고 내밀한 경험에서 오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글을 통해 정리하고 싶다. 

몇 년 전에 내가 고3 때 썼던 일기장을 꺼내 읽었는데 수험생의 우울이 가득한 와중에 내 기억 속 고3 시절보다는 훨씬 유쾌한 일들도 많았다는 것을 새로 깨닫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지금의 순간들을 잘 기록하면 몇 년 후 내게,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도(만약 관심이 있다면) 재미난 기록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거창한 태교일기(?)같은 것을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글도 쓰겠지만 일단은 내가 앞으로 쓸 모든 글들이 나의 지금을 잘 정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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