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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___Diary

양육자로서의 마음가짐

by 썸머Summer 2020. 1. 31.

 

오늘 오랜만에 초음파를 보고 왔다. 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도 초음파를 보러 가는 날은 괜히 긴장된다. 남편도 나도 긴장 때문인지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가는 차 안에서 별말을 하지 않는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우리 아기는 건강하게 잘 있었고 성장도 정상 범주에 잘 있었다. 내 태반이 조금 낮다고해서 그게 좀 신경쓰이긴 하지만. 원래 지금까지 초음파를 볼 때는 머리-엉덩이 길이만 재어줬는데, 이제는 아기가 좀 커서 그런지 머리 크기, 배의 크기, 다리의 길이를 대신 재어줬다. 

그런데 모든 성장이 정상 범주에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다리 길이가 평균보다 조금 낮은 것이 신경 쓰였다. 내가 입덧 때문에 단백질이나 칼슘을 많이 못 먹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남편이 팔다리가 긴 편인데 남편을 닮아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동시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다리 길이가 짧을까 봐 걱정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환멸이 느껴졌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벌써 내 속에 이상적인 아기의 모습을 담아놓고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걱정하는 모습이라니. 이런 내가 제대로 양육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너무 걱정스럽다.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아이를 바르게 양육할 자격이 있는 걸까. 왜 우리 아이는 옆집 아이보다 이런 것을 못 하지 하는 식의 스스로 만든 지옥에 갇히지 않아야 할 텐데. 

사실 나는 자존감이 낮은 편이라 남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숨 쉬듯 자연스럽다. 그래도 나 스스로는 ‘난 왜 누구누구보다 못하지’하는 열등감을 ‘누구누구보다 잘해야지’하는 마음으로 치환해 나름대로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아왔었다. 남편은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지 하며 이해해주는 편인데 유독 자기한테는 엄격하게 군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아마 남편도 타인이 아닌 ‘내 범주’라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엄격해진 거겠지. 그렇지만 이런 기준 잣대를 내 아이에게 들이대는 순간 나도 내 아이도 전부 불행해질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 부모님은 작은 것에도 칭찬을 듬뿍 해주고, 못했을 때도 질책보다는 격려를 해주시며 나를 키웠는데 나는 왜 이렇게 된 걸까. 남들과 비교하거나 나만의 이상적인 기준치를 정하는 것 말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사랑하는 자애로운 엄마가 되고 싶은데.  양육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이 어디 없을까.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라도 좋은 부모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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