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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

아이슬란드, 그곳에 도착하다

by 썸머Summer 2023. 7. 9.

런던 루턴 공항을 통해 아이슬란드로 출발을 했다 :)

루턴공항은 전에 스위스로 출장 왔던 친구가 딱 하루 시간 내서 일부러 나를 보러 와줬던 곳이라, 원래 나는 공항이라는 공간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번만큼은 예외적으로 그때의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다.

 

또 지금까지 여행 다니면서는 잘 몰라서 간단한 과자만 사서 기내에 들어갔는데, 이번에 동행한 분께서 도시락도 기내에 들고 갈 수 있다고 알려주셔서 WASABI에서 초밥 도시락을 사 처음으로 기내에서 먹어보았다.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다 보니 기내식의 즐거움을 잊었었는데, 오랜만에 기내에서 밥을 먹으니 꿀맛도 이런 꿀맛이 없었다.

배도 빵빵하게 부르고 이번엔 저번에 그라나다를 갈 때와 달리, 다행히 기내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이 없어서 오랜만에 비행기 안에서 깊이 잠든 채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 도착했다.

아이슬란드, Iceland. 이름부터 추운, 북극에 가까운 나라이지만 그래도 3월 말쯤에 가는거고 우리나라가 어디냐! 여름엔 아프리카보다 덥지만 겨울엔 시베리아보다 춥다는 그런 나라 아니냐! 그런 곳에서도 n년간 생존해온 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슬란드, 자기가 추워봤자 얼마나 춥겠어하고 살짝 얕보았는데 이런.... 역시 명불허전, 이곳은 이름 그대로 얼음의 나라였다. 다른 것보다 공항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강하고 거센 바람이 혼을 쏙 빼놓는 바람에 이곳은 '추위'라는 표현보다는 '혹한'이 더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를 그때그때 구입하기 어렵다고 들어서 공항을 나서기 전 먼저 면세점에서 아이슬란드의 "VIKING" 맥주를 매일 한 캔씩 먹을 생각으로 각자 한 패키지(5개가 들어있음)씩 구입하고, 추운 나라에 왔으니 보드카는 마셔줘야 하는거 아니냐며 보드카 한 병을 구입한 뒤 이제는 능숙하게 빌릴 줄 알게 된 렌트카를 타고 바로 숙소가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했는데 그곳은 아파트형 숙소로 그냥 버튼키를 누르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서 체크인이 매우 간편해서 좋았다. (에어비앤비는 다 좋은데 가끔 체크인 과정이 너무 귀찮을 때가 있어서..) 저렴한 숙소를 찾다보니 5명이 함께 묵는데도 방이 따로 없이 그저 넓은 거실에 침대 5개가 놓여있는 집이었는데, 뭔가 병동 같은 느낌은 있었지만 나름 숙소 구조(?)도 괜찮고 공항과의 거리, 넉넉한 주차 공간, 숙소 바로 앞 마트와 바로 옆 카페 등 입지 또한 뛰어나서 만족스러웠다.

해가 거의 다 저물어 가는 시간이었지만 일정 상 레이캬비크 시내는 오늘이 아니면 구경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유명하다는 '할그림스키르캬'라는 교회를 구경하러 갔다. 비록 시간도 늦고 너무 추워서 오래 구경하진 못했지만 일반적인 교회 건축과 달리 아이슬란드의 주상절리를 형상화한 교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그리고 레이캬비크에서 유명하고 꽃보다청춘에도 나왔다는 핫도그를 먹었다. 생각보다는 평범한 핫도그이긴 했지만 토핑으로 올라가는 마늘 후레이크가 느끼한 맛을 잡아주어 맛있었다 🙂

 

아이슬란드의 마트로는 Bonas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우리 숙소 바로 앞에 Kronan 이라는 마트가 있어서 그곳에서 장을 보았다. 아이슬란드의 물가가 살인적이라고 하던데 소문대로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영국의 장바구니 물가와 비교한다면 '살인적'이라고도 할 만하지만,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를 생각해보면 또 그렇게 높은 가격도 아니었던 것 같다. 한국의 1.3배 정도...? 이 정도면 살인적인가. 이렇게 물가가 높아서 이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하고 괜한 오지랖으로 찾아보니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최저시급이 이미 14,000-5,000원 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주 최대근무시간은 48시간^^) 역시 한국만큼 살기 빡센 나라가 세상엔 많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도 뭐 산것도 없는데 마트 한 번 돌면 돈 10만원 쓰는게 우스운 것처럼 여기서도 최대한 아낀다고 아꼈는데도 한 번 장보는데 10만원 가까이 나왔다. 근데 그날 저녁 먹을 식재료와 다음 날 아침, 그리고 점심 샌드위치를 쌀 재료까지 구입했으니 이 정도 나오는건 딱히 그렇게 놀랄만한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맛있게 저녁을 해 먹고, 맥주와 함께 원래는 조금씩 마셔서 여행 내내 마시겠다고 샀던 보드카 한 병을 하룻밤 사이에 다 마셔버리면서 다들 즐겁고 흥성한 기분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늘 H군과 둘이서 여행 다니는 것에 익숙해 이렇게 5명이 단체로 오는 여행은 어떨지 기대도 됐지만 한편 걱정도 많이 됐는데 걱정했던 부분보다 함께 여행 오니 든든하기도 하고 두 명이서는 못느끼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심지어 같이 간 언니들 중 한 명은 나랑 이름도 같은데 알고 보니 고등학교 선배님..!! 그리고 다른 언니는 나랑 세례명이 같은데(?) 대학교 선배님...!  으아니 이건 무슨 인연이랍니까. 왓 어 스몰 월드...

이렇게 아이슬란드의 첫 날이 이렇게 저물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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