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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

노래와 어울리는 풍경이 있다

by 썸머Summer 2023. 7. 9.

이번 여행지가 오스트리아와 체코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그 나라의 예술과 문화를 많이 느끼고 오고 싶었다. 화려한 건물,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 웅장한 자연 등 아무것도 몰라도 그냥 즉물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알면 알수록 더 매력이 넘친다는 오스트리아와 체코, 특히 비엔나와 프라하를 깊이 느끼고 오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가히 음악의 신 반열에 오른 음악가들을 배출한 오스트리아의 대표 음악가들의 노래를 들으며 여행을 하고자 준비를 해 보았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정말 얕게 알고 있지만, 그래도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음악은 많이 접해보았으니 이번엔 구스타프 말러와 요한스트라우스의 상반된 느낌의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많이 저장하고 공항에서부터 천천히 노래들을 감상해보았다. 아직까지 밝고 경쾌함이 좋은 나이일까. 아니면 여행을 앞둔 내 기분이 그저 설레서일까.  말러의 음악보다는 스트라우스의 음악이 더 내 귀에는 좋게 들렸다.

그러나 음원으로 듣는 것 말고 직접 비엔나의 자랑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너무 늦게 알아본 결과, 내가 보고 싶은 공연은 이미 괜찮은 표가 다 나갔거나 날짜가 맞지 않아서 관람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2월에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2020년 맞이 신년공연을 예약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때 티켓팅 전쟁에 참여하기로 다짐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이번에는 쇤부른 궁전에서 공연하는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관람했다. 약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성이 강한 공연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궁전에서 모차르트와 요한스트라우스의 음악을 듣는 경험은 좋았던 것 같다. 모차르트의 음악도 아름다웠지만 역시 흥나는 것은 요한스트라우스의 왈츠였다. 실제로 요한스트라우스는 지휘를 하다가 직접 바이올린도 연주했다고 하던데 아름다운 음악 뿐 아니라 그런 쇼맨십까지도 갖췄으니 당대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던 것은 너무 당연한 것 같다.

체코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클레멘티눔의 거울 예배당(mirror chaple)에서 드보르작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현악 4중주를 감상하였다. 그런데 비엔나처럼 2시간은 진행할 줄 알았는데 딱 1시간 동안 공연이 진행되고, 내가 프로그램 확인을 제대로 안해서; 듣고 싶었던 드보르작과 스메타나의 음악은 약간 맛보기처럼 지나가고 오히려 비발디의 사계가 주가 되어서 그 점은 조금 별로였다. 다시 프로그램을 찬찬히 확인하니 드보르작과 스메타나의 글씨는 작게, 비발디는 크게 적혀있었는데 이를 간과한 나의 불찰이었다. 그렇지만 여담이지만 전국 시도연합 영어듣기평가 때문에 비발디 사계하면 그저 영어듣기 시험밖에 안 떠올랐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고 귀에 익숙한 멜로디들이 많아서 영어듣기평가 주최측이 비발디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발디의 음악도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정말 기분 탓일수도 있지만 오스트리아와 체코에 가서 듣는 음악은 평소보다 더 좋게 들렸고 진짜 이 장소, 또는 이 풍경에서는 이런 노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여행하는 내내 괜시리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나만의 bgm을 깔고 다녔는데 예를 들면 벨베데레 궁전, 호프부르크 궁전 같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전을 감상할 때는 요한스트라우스의 경쾌한 왈츠를 들으며 당시 귀족들과 왕족들의 화려한 삶을 상상해보았으며, 잘츠부르크 근처의 아름다운 초원과 호수가 어울어진 풍경을 바라보며 슈베르트의 숭어를 들으면서 내가 지금 느끼는 이 즐겁고 신선한 느낌을 그대로 음악으로 재현한다면 이런 멜로디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풍경 속에 잠겨보았다. 또 베토벤이 잠들어 있는 중앙묘지에 가서는 내가 베토벤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소나타 14번을 들으며 죽음과 불멸의 이름으로 남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에 빠질 수 있었다.

비단 오스트리아 뿐만이 아니었다. 프라하에서 블타바 강을 바라보며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을 들었을 때는 강물이 밀려드는 것과 동시에 어떤 감동이 함께 내 마음 속에 밀려 들어왔다. 안익태 선생이 일제시대 때 이 음악을 지휘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생각나 괜시리 마음이 찡해지기도 했다. 내가 체코에 도착한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마치 세상을 연한 파스텔로 문질러 번지게 만들어 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그런 날 거리를 바라보며 듣던 드보르작의 음악은  그곳의 명도와 채도, 또는 그 때의 온도가 아니면 다음에 아무리 훌륭한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러 가더라도, 그때의 느낌을 느낄 수 없으리라. 그래서 체스키크룸루프에 들렀을 때 한 음반 가게에 들렀다. 앞서 말한 대로 그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는 없겠지만 일상 속에서 음반을 들으며 나의 여행을 추억해보고 싶은 마음에 드보르작의 음반을 하나 구입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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