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83 사하라에서 불어 온 모래폭풍 이번 여행은 앞에서도 썼듯이 내가 가장 마음을 졸이고 걱정했던 여행이었다.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한 뒤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하지만 태양이 내리쬐는 해변의 노천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그 순간엔 역시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특히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임신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아름다운 자연광 덕분에 어디로 카메라를 들어도 사진이 예쁘게 찍혀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늘 보던 풍경을 벗어나 그리웠던 따스한 햇볕,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아름답게 빛나는 바다 속에 내가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걱정스런 소식들도 태양 아래 부서지는 천진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아득히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 무슨 .. 2020. 2. 29. 여행을 떠나요 해외에서 거주하는 경험이 내 인생에 다신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임신을 확인하기 전까지 거의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을 다녔다. 남편과, 엄마와, 때론 혼자서 영국의 각 지역과 유럽의 다양한 나라들을 다녀왔지만 임신 사실을 알고 난 뒤엔 임신초기의 위험과 입덧 등으로 12월 러시아 여행, 1월 뉴욕 여행을 미련 없이 취소했다. 심지어 우리 지역엔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을 만큼 중국인들도 많이 살고 있어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걱정으로 시내에도 잘 나가지 못해 요즘엔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바깥으로도 안 나가고 칩거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임신 전부터 미리 예약했던 2월 스페인 섬 여행만큼은 정말 취소하고 싶지 않았다. 10월쯤에 가을이 끝이 나면서 지금까지 길고 지루한 영국의 겨울이 이어져왔다.. 2020. 2. 29. 이거 태동인가 hoxy? 임신 19주, 태동을 느낀 것 같다. 임산부들은 빠르면 17주 무렵부터 태동을 느낀다고 한다. 지난 번 만났던 Midwife도 내게 20주정도 부터는 태동을 느낄 수 있다고 얘기했다. 찾아보니 초산인 경우엔 태동을 느끼는 시기가 조금 더 느릴 수 있다고 했다. 내 성격이 꽤 둔하기도 해서 난 애초에 일찍 태동을 느끼리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태동은 배 바깥에서 손을 대도 느껴지는 그런 감각일거라고만 생각해서 뱃속에서 뭔가 기포가 올라오는 것 같은 그 느낌이 태동일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임신으로 인해 변비가 심해졌기에 그저 속이 안 좋아서 소화기관이 임신 전과 조금 달라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방귀를 뀌고 싶지 않은데 속으로 방귀를 뀌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랄까. 그러다 우연히 임신 출산 .. 2020. 2. 24. 싸움의 기술 그런 날이 있다. 뭔가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지 않는 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그동안 영국의 의료 체제 속에서 고군분투해 왔지만, 그래도 이젠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신 25주에 Midwife(이하 MW)와 만나는 예약을 하기 위해 GP에 전화를 걸 때만해도 내게 벌어질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오늘 내 전화를 받은 접수원은 감기에 걸려 코맹맹이 소리를 내었고, 나는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더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저번에 MW를 만났을 때 다음 예약은 3월 25일로 하라고 했기에, 나는 3월 25일에 예약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날은 예약할 수 없었다. 여기서부터 균열이 생긴 것 같다. 접수원은 내게 MW가 수요일에만 GP에 온다고 다음 주로 예약하.. 2020. 2. 19. 로맨스가 필요해 며칠 전이 밸런타인데이라 남편과 함께 애프터눈티를 즐기고 왔다. ‘영국’ 하면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애프터눈티라서 영국에 오기 전부터 한 번쯤은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제든지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아직 하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되었고 밸런타인데이를 로맨틱하게 보내고 싶어 지인이 추천해 준 곳으로 예약을 했다. 예전에 홍콩 페닌슐라 호텔에서 애프터눈티를 먹었을 땐 3단 트레이에 샌드위치, 스콘 및 달콤한 디저트들이 담겨 나왔는데 이곳은 코스요리처럼 나오는 것이 특이했다. 드라이아이스로 기분 좋은 효과를 낸 코코넛 크림 브륄레를 시작으로 2단 트레이에 예쁘게 올려진 한입 크기의 샌드위치, 마카롱, 밀푀유, 타르트 등이 각자의 .. 2020. 2. 17. 스크린 속 나의 오빠들 나는 내 인생의 시간 대부분을 어떤 ‘오빠’의 팬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보냈다. 나의 사적, 사회적 정체성은 다양한 학년 군의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이리저리 바뀌었지만 어떤 ‘오빠’의 팬이라는 정체성은 변함이 없었다. 물론 여기서 ‘오빠’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었다. 지금은 ‘생물학적’으로 오빠인 경우에서 잘생긴 사람에게 부여된다는 ‘사회적 지위’로서의 오빠로 바뀌긴 했지만, 누군가를 응원하는 서포터즈, 팬, 덕후, 빠순이인 나 자신은 그대로였다. 이상하게 나는 그렇게 많은 오빠를 갈아 치우면서도 배우나 솔로 가수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오직 그룹으로 활동하는 아이돌들만이 스크린 속 나의 오빠가 되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이 내겐 습관이자 관성이자 라이프스타일이 되어버려서 그런지 가족, 친구,.. 2020. 2. 13. 이전 1 ··· 4 5 6 7 8 9 10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