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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 생활

썸머 인 도쿄

by 썸머Summer 2021. 11. 9.


이곳은 바로 일본의 수도 동경, 도쿄.
일본에 온 지 이제 3주 차. 2주간은 집에서 격리생활을 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3년간 일본생활의 서막이 올랐다.

솔직히 아직도 현실감이 별로 없다.
온통 일본어로 적혀있고 바깥의 모든 사람이 일본어를 쓰고 있지만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 느낌은 내가 영국으로 떠난 2018년부터 쭉 느끼고 있는 감각인 것 같다. 혼자서 부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
아마 내가 어딘가에 속하지 못한 채로 주변에서만 머물고 있기 때문이겠지.

영국에서도 대학교 근처에 살아서 교내에 있는 카페나 스포츠센터를 매일 이용하며 다녔지만, 남편과 달리 난 그 대학교의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그 땐 그래도 한창 일을 하다가 와서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 고민할 것도 책임질 것도 없이 마음껏 늘어지던 생활이 꽤 즐거웠다.
그리고는 이어 임신과 출산과 육아.
뭔가 육아와 가사노동을 하는 전업주부는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과 이건 육아휴직 때 잠시 잠깐 하는 일이라는 감각 때문에 작년도 역시나 '나의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전에 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던 샘들과 만나서 학교 돌아가는 얘기를 할 때, 저만치 떨어져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내가 일할 때와 교육과정이 또 다르게 바뀌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잘 모르겠을 때에는 겁도 덜컥 났던 것 같다.

그렇게 올해 9월에는 다시 나의 인생의 길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덜컥 한국을 벗어나게 되었고, 이번엔 심지어 3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몇년 간 지속된 일에 지쳐서 그저 현실을 떠나는 게 즐거웠던 영국으로 갈 때의 마음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나름대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설렘과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붕 떠 있는 이 느낌이 싫고 나도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

가사와 육아를 하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일은 나의 일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매일 밥을 먹고 씻고 하는 것과 같은 평생 해야하는 일상 루틴인 것이고 그게 아닌, 내가 어딘가에 속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책임도 가지고 그런 생활이 이젠 좀 그립다. 즉 나를 내 일터로 보내달라 이 말이다ㅠㅜ

그게 안되니 나는 이 곳에서 뭘 하면 좋을까.
언제나 느끼지만 어설픈 나의 외국어 실력이 너무 싫다. 내가 국어교육전공인 것도 너무 싫다.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는 것도 싫다.
이상하게도 우울하게 시작되는 나의 동경한 생활. (시적 허용이라고 우기고 만들어본 나의 카테고리명)
이 끝엔 어떤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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