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3 처음 병원 방문한 날 영국은 임신 12주가 되어야만 병원에서 처음으로 초음파로 아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사설 기관에서 초음파 검사를 해왔지만 뭔가 정식으로 ‘병원’에서 검사를 한다고 하니 더 정확하고 자세할 것 같아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한 것 같다. 처음 주차를 할 때부터 카드로는 정산이 안 되는 주차정산기기밖에 없어서 남편이 나를 병원 입구에 내려주고 ATM기를 급하게 찾으러 가며 정신없는 오늘 병원 방문을 예고하는 듯했다. 남편이 주차를 하는 동안 나는 예약이 잡혀있던 Antenatal 부서로 향했다. 그런데 이 병원은 단순 산부인과가 아니라 종합 여성&어린이 병원이라서 규모가 너무 크고 부서가 촘촘히 나눠져 있었다. 어쨌든 Antenatal 부서에 갔더.. 2020. 1. 29. 검사결과 찾아 삼만리 2020. 1. 27.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것 이번 주 글감인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것’을 봤을 때 처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쓸쓸하게 터만 남아 있는 옛 유적지들의 모습이었다. 특히 어릴 적에 경주 황룡사지에 방문했을 때가 생각났다. 경주 최대의 사찰로 불국사의 8배 규모였다는, 9층 목탑이 있었다는 그곳엔 정말 터와 당시의 규모를 짐작하게 해주는 주춧돌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안 그래도 유적지니 박물관이니 재미도 없을 나이였는데 애써 찾아간 곳에서 멍하게 너른 땅만 바라봤을 때 느낀 허무함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또 어떤 것들이 사라지고 없는 걸까 생각해보았다. 여러 생각에 잠겨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보았는데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나무를 흔든 바람들도 모두 나무를 지나친 뒤 사라지고 없어진 .. 2020. 1. 27. 또박또박 떠 나가는 인생의 한 땀 , 김숨 ‘바늘’…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와 같은 관용구 속의 바늘은 ‘아주 작은 것’의 대표명사로 쓰인다. 성경에서조차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까지 말하지 않았는가. 김숨의 장편소설 는 이런 조그마한 바늘에 대한 이야기이며 마치 바늘처럼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여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 속엔 다양한 여자들이 등장하고 그녀들은 공통적으로 바늘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간다. 언뜻 보면 바느질로 먹고 살아간다는 것이 닮아 보이지만, 같은 노란빛이라도 애기오줌색과 염소눈빛색이 엄연히 다른 것처럼 그녀들의 삶은 각각 고유의 빛깔을 가지고 있다. 오로지 누비옷만을 한결같은 방식으로 짓는 어머니 수덕은 정말 끝없이 바느질을 한.. 2020. 1. 26. NIPT 검사받은 날 아기가 11주에서 12주 차가 되었을 때, 기형아 검사를 해야 한다는 글을 읽었다. 한국에서는 1차 기형아 검사로 초음파를 통해 아이의 목둘레 등을 검사하고 이후 2차 기형아 검사로 혈액을 통한 트리플 테스트, 쿼드 테스트 등을 한다고 들었다. 이런 검사를 통해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유전적 기형의 위험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혹시 트리플(쿼드)테스트에서 고위험군으로 결과가 나오면 양수를 가지고 검사를 해 더 정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보통 산모 대부분이 이러한 절차의 검사를 거치는 것 같았다. 나도 내가 만약 한국에 있었으면 다수가 하는 이 검사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영국. 무엇보다 병원 예약 날짜가 내 맘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립 병원에서 이 검사를 받는 것이 불안했다. 원래라면 12.. 2020. 1. 23. 처음으로 midwife 만난 날 영국은 임산부들이 산부인과 의사를 바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midwife라는 조산사와의 만남을 통해 임신한 전 기간 관리를 받는다. 나도 몇월 며칠 몇 시까지 병원에 midwife를 만나러 오라는 편지를 받고(언제나 이 ‘편지’엔 적응이 안 되지만) 약속 시간에 맞춰 병원을 찾아갔다. 그동안 사설 초음파 스캔을 통해 아가를 만나왔지만, 정식(?) 의료인과는 처음 만나는 거라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편지에 소변을 지참하라고 적혀있어서 집에서부터 들고 가야 하는 건가 싶어 고민했지만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마트에서 산 공병만 들고 갔다. 다행히 영국도 그렇게 비상식적이진 않은지(이자는 영국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이 짙다) 전용 공병을 나눠주고 소변을 받아오라 해 midwife에게 그걸 건.. 2020. 1. 22.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