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거의 한 달 만에 병원에 초음파를 보러 갔다. 오랜만에 아가를 만날 생각하니 설레기도 했지만, 오늘은 특히 20주에 하는 정밀 스캔을 하는 날(예약이 21주 차에 잡혀 한 주 늦었지만)이라 또 괜히 긴장되기도 했다.
초음파 검사를 할 때 아기가 잘 움직이지 않으면 이곳저곳을 보기가 어렵다는 글을 읽었다. 우리 아기도 태동 패턴으로 봤을 때, 초음파를 보는 시간이 잘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라 초콜릿 우유를 마시면 아기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는 글을 읽고 나도 진한 초콜릿 우유를 한 병 들이키고 병원에 갔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원래 잘 움직이지 않은 시간대인데 태동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나의 예약 시간보다 30분이 지나서야 초음파 검사실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땐 이미 아기가 평소처럼 다시 잠잠해진 뒤였다.
지금까지 초음파 검사 때, 아이의 엉덩이-머리 길이를 재고 아기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달리 오늘은 뇌, 심장, 장기, 팔, 다리 등 부분적으로 세세하게 검사를 했다. 감사하게도 아가도 나도 건강한 상태였다. 다만 내가 걱정했던 것처럼 아기가 깊이 잠들었는지 아무리 해도 자세를 바꾸지 않아서 결국 아가의 척추를 오늘은 다 검사하지 못해 다음번에 한 번 더 초음파를 받으러 가게 되었다.
정밀검사에 집중해서 그런지, 아니면 개인 성격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초음파검사자가 되게 무뚝뚝했고, 아기를 부분적으로만 보고 또 그것도 완전히 다 보지 못해서 그런지 초음파 검사가 끝났는데 오늘은 왠지 아기와 ‘만났다’라는 느낌이 평소보단 덜했다.
그래도 저번 주 예상보다 훨씬 험난한 여행을 다녀와서 아기가 건강히 잘 있는지 꽤 걱정되었는데, 이렇게 잘 있다고 확인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안 그래도 영국에선 20주 스캔이 출산 전 마지막 스캔인데 어찌 됐든 아가를 조만간 또 만날 수 있으니 그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아기는 초음파가 싫으려나.)
집에 돌아와서도 자꾸 웃음이 났다. 아기의 자세를 바꾸기 위해 화장실도 다녀와 보고, 옆으로도 누워보고, 초음파검사자가 내 배를 자꾸 흔들기도 해봤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우직하게 쿨쿨 자는 우리 아가는 누구를 닮은 걸까. 한번 잠들면 천둥 번개가 치고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자는 나를 닮은 건지, 아기 때 그저 순하게 누워있어서 뒤통수가 다 납작해졌다는 남편을 닮은 건지. 누굴 닮았든 이 아기는 우리 아기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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