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9주, 태동을 느낀 것 같다.
임산부들은 빠르면 17주 무렵부터 태동을 느낀다고 한다. 지난 번 만났던 Midwife도 내게 20주정도 부터는 태동을 느낄 수 있다고 얘기했다. 찾아보니 초산인 경우엔 태동을 느끼는 시기가 조금 더 느릴 수 있다고 했다. 내 성격이 꽤 둔하기도 해서 난 애초에 일찍 태동을 느끼리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태동은 배 바깥에서 손을 대도 느껴지는 그런 감각일거라고만 생각해서 뱃속에서 뭔가 기포가 올라오는 것 같은 그 느낌이 태동일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임신으로 인해 변비가 심해졌기에 그저 속이 안 좋아서 소화기관이 임신 전과 조금 달라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방귀를 뀌고 싶지 않은데 속으로 방귀를 뀌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랄까.
그러다 우연히 임신 출산 카페에 들어갔다가 태동 느낌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초기의 태동은 나처럼 뱃속에서 거품이나 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오는 느낌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내가 느꼈던 것이 태동이었다니! 이런 이야기들을 읽고 나니 저절로 뱃속의 사정에 바짝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니 뭔가가 내 배 안에서 툭툭 치는 것 같기도 하고, 꼬물거리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느껴졌다. 아기가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귀엽지만 왠지 썩 유쾌하지는 않은 요상한 기분!
그렇지만 태동을 느낌으로써 비로소 아가와 첫 인사를 나눈 기분이 들었다. 내 몸을 함께 쓰고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붙어있는 존재임에도 아직은 수수께끼투성이인 상대가 어둠 속에서 수줍게 건네는 악수 같기도 했다. ‘19주 동안 잘 지내왔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왠지 이 수줍은 인사가 낯을 가리는 모습 같아서 괜히 혼자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아직은 좀 혼란스럽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느낌이 태동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태동을 느끼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 내 심장이 쿵쾅대는 느낌이나 정말 소화기관이 움직이는 느낌을 태동으로 착각해 느끼는 건지 잘 구별이 안 된다. 플라시보 태동 효과인가?! 분명 처음 초기 태동 느낌에 대해 알게 된 날엔 엄청 태동이 많이 느껴졌던 것 같은데 며칠이 지나니 그 빈도가 잦아든 것 같아서 처음 느낀 그 감각에 대한 확신이 많이 사라졌다.
동시에 난 걱정 많은 산모라 그런지 태동이 있다가 없어지면 안 된다던데, 혹시...하는 마음이 또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마 초음파를 보러가는 다음 주까지는 이런 걱정이 지속될 것 같다. 임신 주수가 더 지나면 이런 긴가민가함 없이 엄마 배를 사정없이 찬다던데 착한 우리 아기가 엄마 걱정은 하지 말고 그냥 차라리 발로 뻥뻥 차줬으면 좋겠다.
임신을 하며 지금껏 하지 못한 다양한 신체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신체적 경험들은 대다수 물리적인 고통과 동시에 아기의 안위에 대한 걱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괴롭다. 정말 힘들었던 입덧이지만 약해지면 약해지는 대로 느꼈던 아기에 대한 걱정, 출산일이 가까워지면 자다가 깰 정도로 아프다던데 그래도 없으면 불안해지는 태동 등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건강하게 아가를 만나 이번엔 내가 아가에게 수줍은 악수를 건넬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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