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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___Diary

17주차, midwife와의 만남

by 썸머Summer 2020. 2. 6.

 

오늘은 딱 임신한 지 17주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제 아가가 태어날 때까지 161일 남은 시점. 원래는 16주에 Midwife(MW)와 만나기로 되어있으나 우리 동네 GP에는 MW가 격주로 근무한다고 해서 15주보다는 그래도 17주가 낫겠다는 생각에 오늘로 예약을 했다. 

예약시간은 14시 50분. 오늘은 남편이 사정이 있어서 우버를 타야 해 행여나 늦을까 14시 30분쯤에 집을 나섰다. 우버는 부르자마자 1분도 안 되어 집 앞에 도착했고 GP까지는 차로 10분도 걸리지 않아서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접수처에는 “만약 당신이 예약한 시간보다 10분 이상 늦으면 예약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성(?) 문구가 붙어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번 병원에 왔지만 단 한 번도 예약시간에 딱 맞춰서 진료를 본 적은 없었다. 여기가 산부인과면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대기를 할 텐데 GP는 동네 보건소로 이런저런 병을 가진 환자들이 다 오는 곳이라 왠지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예약시간보다 20분은 더 기다려야만 했다.

그런데 내가 GP에 들어가자마자 대기실에 앉아 있던 어떤 여자가 입을 자기 옷으로 가리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괜히 접수처에 “저 14시 50분에 MW 만나러 왔어요”라고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접수대에는 잘 보이는 곳에 최근 중국을 방문했다면 GP에 방문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중국인 유학생 두 명이 GP에 걸어 들어왔다. 난 접수원에게 바로 MW를 만나러 왔다고 해서 그랬는지 내겐 중국에서 왔냐고 따로 질문하지 않았는데, 이 학생들은 다른 진료를 받으러 와서 그런지 접수원이 중국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다. 그 학생들이 중국 Hunan province에서 왔다고 말하자 대기실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와 함께 자기 핸드폰이나 잡지를 보면서 대기하던 환자들이 모두 슬쩍 접수처 쪽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나도 갑자기 긴장이 됐다. 여기는 병원인데, 혹시 하는 불안한 마음이 순간 밀려왔다. 다행히 그 학생들이 작년 9월 이후로는 중국에 간 적이 없다고 얘기하자 대기실의 긴장감은 안도감으로 바뀌었고 접수원도 어쩔 수 없이 이런 걸 물어봐야 한다며 미안하다고 멋쩍은 말을 건넸다. 그렇지만 20분 동안 기다리며 접수처에 계속 환자들이 오는 걸 구경했지만 아시아인이 아닌 사람에겐 묻지 않던걸. 모든 것들이 나의 자격지심일 수도 있지만, 뭔가 기묘한 기분이었다. 

꼬박 30분을 기다려 MW를 만났다. 사실 이번에 MW를 만나면 드디어 산전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MW가 철분 수치나 기타 등등의 수치가 다 정상이고 크게 염려할 것은 없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궁금했다. 정상의 범주라도 미달에 가까운 정상일 수도 있고 어쨌든 내 몸의 결과니까 말이다. 그러나 역시나 이번에도 구체적인 데이터는 받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그놈의 산모수첩 앱 때문이다. 이 앱에 데이터를 업데이트해주겠다는 얘기를 오늘 만난 MW를 포함해 여러 사람에게 여러 번 들었으나 현재까지도 1월 10일에 실시한 내 산전검사 결과는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걱정할 것 없이 정상이라니 그냥 이제는 산전검사 결과에 대해 잊고 맘 편하게 있어야 하는가 싶다.

그 외에도 모든 수치가 다 정상이라 그런 건지 내가 묻고 싶었던 자잘한 질문들에 대해 MW는 아주 쿨하게 답하고 넘어갔다. 가끔 두통도 심하고 아무 이유 없이 심장이 빨리 뛸 때가 있다고 하니, 물을 많이 마시라고. 혹시 이런 철분제 먹는 것은 어떻냐고 준비해간 철분제를 보여줬더니 뭐 먹고 싶으면 먹으라며 쿨하게 패스! 또 저번 주에 초음파 스캔을 했는데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태반이 좀 아래에 있다고 하더라 하니 20주 넘어서 스캔해 봐야 안다고, 지금은 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쿨한 대답으로 끝. 

사실 태반이 살짝 아래에 있다는 얘기 때문에 19주에 예약한 여행을 취소할까 고민을 했는데 MW도 물 많이 마시고 비행기에서 따뜻하게 잘 있으면 된다고 말해주니 오히려 더 안심되는 것 같기도 해서 불안한 마음은 접고 즐겁게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올까 싶다. 
  
그리고 좋았던 것은 전혀 기대 안 하고 갔었는데 아기 심장 소리를 들었다는 것. 초음파는 아니었지만, 심장 박동 소리로나마 아기가 잘 있다는 것을 확인하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기계를 통해 듣는 내 뱃속의 소리가 신기했다. 계곡의 물소리 같은 소리와 함께 들리는 두근대는 아기의 심장 소리에 괜히 뭉클해졌다. 

다음은 이제 20주 초음파 스캔. 그땐 초음파로 정밀하게 아가의 성장을 본다고 하니 기대도 되고 또 살짝 설레기도 한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무사히 이곳에서의 의료과정을 착실히 밟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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