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을 모른다.’ 적고 나니 굉장히 식상한 문장이다. 그러나 이번 베를린 여행만큼은 몸소 이 문장을 생생히 경험했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또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운 시간까지 보냈으니 진정 내게 베를린에서 3박 4일은 한치 앞을 모를 시간들이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으로 가야만 했다. 그런데 비행기 이륙시간과 딱 맞아 떨어지는 기차가 없고, 마침 영국에서 한 번도 고속버스(시외버스)를 타본 적이 없어서 이참에 이 교통편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버스표를 끊었다. 3시간 50분이라는 소요시간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direct라고 적혀있었고, 한국에 있을 때 서울에서 우리 집까지 버스로 약 4시간 10분정도 걸렸는데, 자주 다닐 때는 일주일에 1번씩 왕복해 다닐 정도로 버스 타는 것에는 나름 자신(?)이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침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버스 출발시간은 새벽 4시. 그냥 쿨쿨 자면서 가면 금방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버스에 타고 채 10분이 지나지 않았을 무렵 내가 최악의 선택을 했음을 깨달았다. 일단 버스 좌석이 말도 안 되게 불편했다. 내가 탄 버스는 national express로 영국 고속도로에서 꽤나 많이 보이는, 내 생각엔 나름 메이저 버스인 것 같은데, 정말 이 버스에 비하면 우리나라 우등고속버스는 비즈니스 석 아니 퍼스트클래스였다. 목 베개를 가져왔음에도 어떤 자세를 취해도 해소되지 않는 불편함... 그리고 영국의 극악의 도로사정을 내가 잠시 잊었었다. 한국에선 차에서 책도 읽을 정도로 멀미를 잘 느끼지 않는데 여기선 울퉁불퉁한 도로, 한 블록 건너 등장하는 roundabout(우회로?로터리?) 때문에 일반 승용차를 타고 가도 약간 어질어질함을 느꼈었는데 그게 버스를 타니 훨씬 증폭되어 느껴졌다. 그래서 진짜 탄지 10분도 안돼서 멀미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분명 예약할 땐 direct라고 본 것 같은데 버스는 정말 쉴 새 없이 경유를 해서 갔고 멀미를 참고 잠을 좀 청해보려고 하면 버스가 멈추고 사람들이 타는 바람에 깨고, 다시 출발하고의 반복이었다. 정말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말 참고 참아보려고 했으나 ㅠㅠ 결국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 뛰어가서 구토를 했다.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의 첫 출발을 구토로 시작하다니....^^... 3시간 50분 만에 너덜너덜해진 채 기계적으로 출국 수속을 밟고 멘탈이 돌아오지 못한 상태로 베를린에 도착했다. 결국 호텔에 도착하니 도저히 관광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닌데다 열까지 나는 것 같아서 상비약으로 챙겨온 감기약을 먹고 저녁 6시에 잠들었다^^... 여행가서 호텔에서 늦게까지 자거나 바깥 구경을 하지 않고 호텔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그런 내 시간 내가 펑펑 쓰겠다는데 왜 뭐라하세요 느낌의 여행을 해보고 싶긴 했는데 이렇게 여행지에서 혼자 쓸쓸하게 감기약을 먹고 잠드는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두 번째 예상치 못한 것은, 이건 내가 예상했어야 했는데 미처 못 한 것이지만, 내가 베를린을 방문한 시기가 딱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행사가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기간이었던 것이다. 우연히 기념비적인 순간에 베를린에 방문해서 뭔가 신기하기도 했다. 독일인에게, 그리고 분단국가의 국민인 나에게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기념한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지만 한편으로 그냥 관광객으로선 조금 불편을 겪기도 했다. 분명 브란덴부르크 문에서도 무슨 행사가 열린다고 인터넷엔 나와 있는데 내가 갔을 땐 어떤 행사도 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행사를 위한 철제구조물만 설치되어 있어서 제대로 브란덴부르크 문을 보지 못하였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도로를 이곳저곳 통제하는 바람에 구글 맵에서 안내하는 버스 노선과 실제 운행 노선이 많이 달라져서 애를 먹었던 것이다. 그래도 흔치 않은 시기에 방문했으니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들에 참여하고 싶다. 특히 11월 8일에 D.nine이라는 (서치해보니) ‘2019 유니뮤직레이스’라는 통일염원 대중음악 창작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한 밴드가 공연을 한다고 하니 가서 공연을 관람하려고 한다 :) (뒤에 이야기 하겠지만 결국 관람하러 가지 못했다 엉엉)

고난으로 시작했지만 한편 되게 흥미로웠던 일도 있었다. 베를린에 오기 전 찾아보니 베를린 프리 워킹투어가 있어서 그 투어에 신청을 했었다. (프리 워킹 투어지만 일반적으로 끝나고 팁을 주는 것 같았고 팁은 가이드는 15유로 정도를 바라는 것 같던데, 주로 5-10유로 정도를 주면 된다는 글을 많이 봐서 나도 그 정도를 드림)
생각보다 만나는 장소에 너무 빨리 도착했는데, 나 말고도 빨리 도착해 있던 사람이 있었다. 우연히 눈이 마주쳐서 인사했는데 인사만 하기가 뻘쭘해서 그냥 여기 혼자 왔느냐고 물었는데 그 친구도 혼자 왔다고 대답하며 그 때부터 대화의 물고가 트이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벨라루스에서 온 27살의 프로 체커(체스 판위에 바둑돌 같은 말을 두고 하는 게임)기사(?.. 프로 체커러?...)였다. 벨라루스라니, 바둑 프로 기사 같은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니. 픽션에서도 본 적 없고 머릿속으로 그려본 적도 없는 유형의 사람이랄까. 최근 드라마 체르노빌을 보고 있는데 그 때 들었던 소비에트 연방의 어느 한 부분 정도로만 (아주 편협하게) 알고 있는 나라에서 온 그 친구와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장소를 이동하며 여러 가지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다. 벨라루스는 직접적으로 나치 독일에게 끔찍한 학살을 당한 역사가 있기에 나치와 관련된 여러 건물들, 유대인을 추모하는 공간을 돌아보며 들려준 그 친구의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 자기 외할머니께서 구 동독지역에서 교사로 일했었다고, 할머니가 들려줬다는 베를린 장벽이 설치될 때쯤의 베를린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시절을 조금이나마 더 생생하게 짐작해볼 수 있었다. 반대로 나도 또한 그 친구에게 현재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에 대해 공유해 줄 수 있어서 좋았다. 10시에 시작한 프리 워킹 투어는 12시 반에 끝이 났지만, 그 친구도 나도 서로 딱히 오후에 정해놓은 스케줄이 없었고, 또 서로 말도 잘 통한다고 느껴서 박물관 섬을 위주로 저녁까지 시내 관광을 함께 했다.
그 친구도 다양한 유럽 도시들을 방문했기에 각 도시들에 대해 느낀 점, 베를린에 대한 생각, 한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 벨라루스 사회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그 친구는 어설프게나마 서울, 부산 정도의 도시 이름과 김치, K-드라마, 김연아(두유노클럽 모여라!!)를 알고 있었는데 나는 정말 부끄럽게도 그 나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서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내가 영국에 와서도 많이 들었지만, 이 친구에게도 들었던 질문인 ‘한국인들은 엄청 늦게까지 일하고 열심히 일한다고 들었는데 왜 그러는거야?’에 대해 항상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없을 때 또 한번 씁쓸함을 느꼈다. 영국인들이 물어볼 때는 뭐래-_- 자기들은 제국주의 내세우며 세계를 다 헤쳐 먹고 다녔으니까 지금 넉넉하게 사는 주제에 이제 와서 우린 chillin~ 하는데 너흰 왜 라이프를 즐기지 못하냐고 난리야 빙썅이 따로 없네 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나름 강대국 사이에 끼어 식민지로서의 설움을 공유(?)하면 했다고 생각한 벨라루스 사람마저 그렇게 물어보니 뭔가 할 말이 없었다. 그 친구 말에 의하면 벨라루스는 적게 일하고 적은 돈을 벌지만(딱히 객관적 자료를 찾진 않았지만 그 친구 말로는 벨라루스는 주 40시간 근무라고 했음) 대다수 사람들은 그냥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고 했다. 아직 남은 공산주의의 영향력인가 싶기도 하고, 빈부격차가 심하진 않은지, 사회적 보장제도가 어떤지 등을 묻고 싶었지만 하 나의 영어실력의 한계로 자세히 물어보지는 못했다. -_ㅠ 물론 나름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그 친구의 직업적 특성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정말 예상치도 못한 인연을 만나 또 다른 시각으로 베를린을 돌아볼 수 있었다. 오늘 함께 관광한 건물들은 기억에 남지 않아도 그 친구와의 대화는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11월 7일)




그러나 이 여행의 단짠단짠은 언제쯤 끝이 날까. 여행 중 틈틈이 글을 쓰다 보니 글의 방향조차도 한치 앞을 모르겠다. 전날 새로 사귄 친구와 약 2만 7천보를 걸었던 것이 무리였을까. 분명 일어나서 조식을 먹을 때까지는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며칠간 무리를 해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조식 때 먹은 음식이 뭔가 잘못됐었는지 조식을 먹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배가 엄청 아프고 설사를 계속 하기 시작했다. 여행에서 배앓이는 잘 안했던지라 너무 당황스러웠고 오늘의 일정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여행은 계속할 수 있는 건지, 아니 그 전에 집엔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건지 덜컥 겁이 났다. 그래도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으니 또 배가 좀 가라앉은 것 같아서 일시적인 증상이겠거니 생각하고 예정대로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 미술관”으로 갔다. ‘반호프’는 독일어로 ‘역’이라는 뜻인데 오르세 미술관처럼 이곳도 원래는 베를린과 함부르크를 잇는 기차가 머무는 기차역이었다. 그래서 작품도 작품이지만 기차역의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는 전시장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신국립미술관에서 다 수용하지 못하는, 특히 현대 미술작품을 굉장히 많이 갖추고 있다고 해서 이번 베를린 여행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20세기 초 이전의 작품은 파리에서 충분히 봤다. 이제는 현대 미술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실 오늘은 여기 말고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KW 현대 미술 연구소와 그 옆의 ME 컬렉션까지 둘러볼 생각이었다.
미술관은 일단 화장실은 무조건 갖추고 있고, 가만히 서서 그림만 보면 되니까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나쁜 상태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는(영어니까 독해^_ㅠ) 것이 만만치가 않았다. 몇 작품 관람하지도 않았는데 다시 복통이 시작되고 그쯤 되니 예술이고 나발이고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처음에 들어올 땐 흥미롭다고 느낀 전시장의 구조가 화장실을 찾을 땐 왜 그렇게 원망스러웠던지. 화장실로 뛰어가면서 스쳐 지나간 작품들이 언뜻 보기에도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그 앞에 머무를 순 없었다. 덕분에 앤디워홀이나 키스해링처럼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약 90%(?) 정도의 작품을 남겨두고 미술관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창문의 커튼을 걷고 침대에 누워있으니 늦가을 날씨에 색이 변한 나뭇잎들이 가지에 매달린 것이 보였다. 혼자서 이것이 바로 ‘마지막 잎새’인가... 하면서 땅굴만 팠다. 몇 시간동안 요양하니 배가 또 잠잠해진 것 같아서 슬쩍 노트북을 들고 나와 조용한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이제 오늘의 남은 일정은 베를린필하모닉 공연을 관람하는 건데 더 이상의 예상치 못할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정말 간절히 바란다. 어쩌다보니 여행의 목적이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게 해주세요가 되어 버린 슬픔의 베를린이여..... ㅠ_ㅠ (11월 8일)
이제는 고생이 좀 끝났나 싶었다. 전날 관람한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는 전율을 느낄 정도로 좋았고, 배앓이를 심하게 했지만 하루 동안 물만 마셔서 그런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조심스럽게 조식을 먹었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그 전날 못 본 만큼 비행기 이륙 시간까지 남은 시간이나마 더 많이 베를린을 구경하고 싶어서 서둘러 체크아웃을 한 뒤 짐을 호텔에 맡기고 나왔다.


베를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티에르가르텐을 걸으며 가을날 가장 잘 어울린다는 말러의 5번 교향곡 4악장을 들으며 가을을 듬뿍 완상할 때 비로소 내가 오고 싶었던 베를린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Topography of Terror’에 들러 나치의 만행에 대한 전시를 보며 깊이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또 힙스터의 도시 베를린에서 들르고 싶던 힙-한 카페에도 부지런히 들러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지면서 여행의 출발과 여행기간 동안 많이 고생했지만 마무리만큼은 무난하게 넘어가나 싶었다.

런던 행 비행기가 오후 5시 반이고 평소 나는 2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하는 편이라 3시 반 테겔공항 도착을 목표로 호텔에서 출발했다. 구글맵 검색 결과 호텔에서 공항까지 버스로 30분 정도 걸린다고 나왔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2시 반에 호텔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호텔에서 공항급행버스를 타는 ‘동물원 역’까지 가는 버스 정류장이 뭔가 이상했다. 구글맵에 나온 방향으로 갔는데 아무래도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고, 버스가 도착했을 때 버스기사에게 물었더니 반대편에서 타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다닥 반대 편으로 길을 건너 버스 정류장에 섰는데 왠지 이것도 낌새가 이상한 것이 왠지 폐쇄된 버스 정류장 같았다. 구글맵에선 몇 분 뒤 도착한다는 버스가 몇 대나 지나갔지만 실제로 버스는 오지도 않고, 지도에는 버스 정류장이 아예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이거 큰일 났다 싶어서 버스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어차피 2정거장만 가면 됐던 차라 그냥 캐리어를 끌고 10여분을 걸어서 동물원 역에 도착했다. =_= 도착하니 약 3시 10분. 그래도 여기서 급행 버스를 타면 2-30분이면 거뜬히 간다고 하니 2시간 전에는 도착 못해도 1시간 반 전에만 가도 충분하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급행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도대체 반전이 몇 번?)
공항으로 가는 급행 버스인 X9번 버스가 버스정류장 전광판에 n분 뒤 도착한다고 착실히 뜨다가 1분 뒤 도착이라고 뜬 이후로 5분을 더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이다. ㅠ_ㅠ 그러더니 갑자기 출발이 지연되었다고 뜨며 전광판에서 사라져버린 X9... 너무 놀라서 급행버스랑 완행버스랑 10여분 정도만 차이 난다고 하니 사라진 X9버스 대신 109버스에 탑승해 겨우 테겔 공항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게 독일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뭔가 고지식할 정도로 법과 규칙을 준수하는 나라였다. 독일에서 베스트셀러 1위가 법률서적이라는 말도 들었고 독일인 하면 유머를 모를 정도로 엄격하고 고지식한 사람이 스테레오타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베를린 여행을 이후로 그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ㅠㅠ 적어도 대중교통만큼은 지연과 노선변경이 여행 기간 내내 나를 따라왔다. (전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한 역에서 한 2-30분 그냥 서있었음;;;) 이게 진짜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 행사가 일어나는 주간이라 그런건지 아님 원래 베를린이 이런건지 다시 방문해보지 않고서는 모르겠지. 베를린에 살고 있는 사람이 혹시 이 글을 본다면 알려줬으면 좋겠다. ㅠ_ㅠ
그렇게 나는 버스에 앉아 시내 풍경을 바라보며 쉽지 않은 여행이었다고 3박 4일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나도 여기서 끝인 줄 알았지^^^^^^^^^^

갑자기 잘 가던 버스가 멈추더니 버스기사가 뭐라고 방송을 했고 사람들이 다들 우르르 내리는 것 아닌가. 분명 테겔공항행 버스라고 적혀있었고, 버스 안 전광판에서도 종점인 테겔공항이 계속 나왔는데.. 나는 독일어를 할 줄 모르고 버스기사는 영어를 할 줄 모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버스는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었다. 정말 여러 유럽의 도시를 다녀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내 옆에 있던 분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슬쩍 테겔공항을 가냐고 물어봤더니, 마침 그 분도 나랑 같은 비행기를 타야하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나와 달리 그 분이 자기는 지금 우버를 부르려고 하는데 같이 타고 가겠냐고 물어봐줘서 다행히 그 분과 함께 우버를 타고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우버를 기다리고 타고 가는 동안 얘기를 나누다 그 분은 런던의 모 대학에서 학생들을 위한 클래식 공연을 기획하고 주최하는 일을 하는데 그것과 관련한 출장으로 베를린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그 전날 내가 본 베를린필 공연에 대한 감상과 지휘자 주빈메타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이렇게 긴급상황(?)에 만났지만 나름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그건 나름 좋았다. 이렇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단짠단짠으로 나의 혼을 쏙 빼 놓은 베를린.
런던 게트윅 공항에 내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손을 말리는데, 역시 다이슨의 나라답게 초강풍의 핸드드라이어를 사용하니 비로소 영국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정말 고군분투 우당탕 여행이었지만 그만큼 이렇게 구구절절한 이야깃거리가 생긴 것만으로도 단짠단짠 여행이, 그래도 달콤함이 더 많았다고 기억하려 한다.
'낯선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Topography of Terror> 방문 (0) | 2019.11.17 |
---|---|
베를린에서 한 여러가지 생각들 (2) | 2019.11.14 |
파리 오르세미술관 방문기 (1) | 2019.10.23 |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 (3) 로젠보르크성, 뉘하운, 로얄코펜하겐, 왕립도서관 (2) | 2019.10.11 |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 (2)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디자인 뮤지엄, 헤이하우스, 티볼리공원 (2) | 2019.10.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