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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생각하고

<토이 스토리4> 감상

by 썸머Summer 2019. 10. 8.

오른쪽 끝에 있는 더키 버니 사댱해...♥

내 평점: ★

영화에 대한 감상이니까 기본적으로 스포일러 있음. (근데 거의 없음)

영국에서 본 나의 다섯 번째 영화!
보헤미안랩소디-아쿠아맨-알라딘-방탄소년단 Bring The Soul-그리고 토이스토리4!

개봉한 지 한참 지났지만 계속 기회가 없어서 못보다가 우연히 아직 상영하고 있다는 정보를 보고 바로 달려가서 관람하였다. 영국에 살면서 영어 듣기 실력이 향상된 것은....아닐 것 같고 그냥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전체이용가의 애니메이션이라서 비교적 쉬운 표현들이 가득하다는 이유와 더불어 <토이 스토리 1,2,3>을 다 본 사람으로서 영화 속 맥락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영어가 더 잘 들렸겠지만, 암튼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서는 가장 편안하게, 막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도 관람할 수 있었다.

처음에 <토이 스토리 4>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살짝 걱정되었다. 왜냐하면, 일단 내가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 가지고 있는 애정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 전편들의 명성에 누가 될만한 후속편은 나오지 않았으면 했고 또한 전편인 <토이 스토리 3>가 그 자체로 너무 완성도가 높고 토이 스토리 시리즈라는 대단원을 완벽에 가깝게 마무리 지었던 작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처음 본 것은 영화관이 아니라 사촌오빠네 집이었다. 명절에 어른들은 거실에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시고 펜티엄 컴퓨터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지만 사용할 줄을 몰랐고, 스마트폰은 당연히 없던 우리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비디오 시청이었다. 사촌오빠 동네의 허름한 비디오대여점에 같이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누가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토이 스토리 1>을 빌려와서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에게 토이 스토리는 내가 떠난 방 안에서 장난감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생활하고 지내며 모험한다는 내용의 내가 태어나 처음 맛본 참신하고 재기발랄한 상상력의 세계 그 자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훌쩍 자라 대학입학을 앞둔 앤디처럼 나도 성인이 되어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 나이가 지나버렸을 때, <토이 스토리 3>를 극장에서 관람했다. 역시 픽사의 상상력과 유머는 여전하다며 즐겁게 관람을 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예상치 못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자신이 그동안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들을 보니에게 하나씩 소중하게 소개해주고 아껴 달라고 당부하면서 앤디가 장난감들에게 그동안 자신의 곁을 지켜줘서 감사했다고 얘기할 때, 그리고 우디가 멀어지는 앤디의 자동차를 바라보며 “So long, Partner”라고 인사를 건넬 때 내 인생의 한 장도 함께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나에게도 애착 인형들이 있었는데 언제부터 그것들을 잊어버린, 혹은 잃어버린 건지. 성장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가도 대학교 입학처럼 내가 아닌 바깥세상이 정해놓은 시간 때문에 억지로 진행되는 것 같기도 하다. 장난감을 보니에게 맡기지만 마지막까지 우디를 꼭 손에 쥐며 미련이 남은 시선을 보내는, 그래도 결국엔 차를 타고 떠나야만 하는 앤디의 모습에서 내가 하나의 세계를 깨고 나갈 때 떠나보냈던, 혹은 떠나야만 했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나는 내 장난감들과 제대로 된 이별을 했던가. 장난감들과 함께 내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떠나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직도 못 떠난 것은 아닐까. <토이 스토리3>는 나에게 성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던 영화였다.

그러므로 <토이 스토리4>의 개봉 소식이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그 자체로 완벽한 세계에 흠집을 낼까 불안했으니까. 그리고 결론을 말하자면 <토이 스토리3>는 완벽한 세계가 아니었고 그 세계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직 <토이 스토리4>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4편의 시리즈가 모두 이토록 훌륭할 수 있는지. 그 점에 우선 큰 찬사를 보내고 싶다.

<토이 스토리3>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토이 스토리4>는 그 시선을 돌려 객체라고 생각했던 장난감 또한, 성장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토이 스토리3>의 마지막 부분에서 새로운 아이 보니의 집에 간 앤디의 최애 인형 우디는 보니에게서는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니가 막 나쁜 아이가 아니라 그냥 여러 인형 중에서 우디가 최애 인형이 아닌 거다.) 벽장 속에서 먼지가 쌓여가는 자신의 모습에 초조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앤디가 아기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함께했던 것처럼 우디는 보니 또한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러므로 더욱 곁에서 보니를 지켜주려고 노력하는 장난감이다. 그래서 보니가 유치원에 등교한 첫날 직접 폐품(포크, 실로 감긴 철사, 나무막대기 따위)으로 만든 장난감 포키가 장난감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고 자꾸 난 쓰레기야라고 하며 쓰레기통으로 도망가려고 할 때마다 포키를 잃어버리면 슬퍼할 보니를 걱정해 연신 포키를 잡으러 다니고 보살핀다.

장난감들과 보니네가 자동차 여행을 떠났을 때, 자꾸 도망을 다니던 포키가 결국 자동차에서 뛰어 내려 실종되고 이런 포키를 찾으러 우디가 용감하게 떠나면서 토이 스토리의 핵심 내용인 장난감의 모험이 또 시작된다. 모험 끝에 우디는 포키를 무사히 보니의 품으로 데려 오는 것에 성공한다. 그러나 우디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보니에게 돌아가지 않는 길을 택한다. 오히려 앤디 여동생 몰리의 장난감이었던 도자기 인형 보핍’(기존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 보핍은 아름다운 양치기 소녀 모양의 도자기 램프 인형이라서 새침하고 얌전한 이미지였는데 몰리의 손을 떠난 뒤 주인을 잃고 보핍은 용감하고 생존력과 자립심 강한 장난감이 되어 있었다.)과 함께 카니발을 따라 다니며 집 밖의 넓은 세상을 구경하기로 한다

우디에게 지금까지 행복이란 자신을 소유하고 있는, 어떻게 보면 주인이라 말할 수 있는 아이와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그로 인해 아이가 행복할 수 있게 하는 것 그 자체였다. 그래서 아이가 자신과 함께하지 않음에 슬퍼하며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처럼 여기고 어떻게든 아이 옆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런 우디가 보니는 괜찮을거야라는 버즈의 격려를 받으며, 전적으로 아이에게 달려있던 수동적인 행복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능동적인 행복을 찾아 떠난다.

언제나 돌아보면 아늑한 내 방 안에 머물러 있을 것 같은 내 친구. 나는 그를 떠날 수 있고 그리워할 수 있지만, 그는 언제나 시간의 흐름 속에 멈춰 있을 것 같았던 바로 그 장난감 친구도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날 수 있다는 생각, 내 방의 장난감들이 놀이 친구로 간택 받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더 필요로 하는 아이를 찾으러 나서서 집 밖의 많은 아이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이러한 이 영화의 생각들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하지도 못한 채 떠나보냈던 많은 나의 장난감들도 어디선가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리라고 믿고 싶어졌다.

우디도 아마 어떤 날엔 보니네의 안온한 벽장이나 함께 오랜 세월 지냈던 장난감 친구들이 그리워질 것이다. 반대로 보니도 언젠간 자신의 장난감인 우디가 없어진 것을 눈치채고 눈물을 쏟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그 세계로 나아가는 것, 혹은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성장 아닐까. 이런 성장의 빛나는 순간을 언제나 멋지게 보여주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정말 고맙다.

(+)토이 스토리4에서 새로 등장하는 장난감 더키&버니진심 너모 귀여워서 극장 다 부술 뻔ㅠ_ㅠ 할머니를 습격하고 눈에서 파괴광선을 쏘며 진격하는 상상을 하는 지옥의 솜뭉치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찮아서 더 귀엽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더키&버니 어디서 팔면 무조건 살거임 ㅠ____ㅠ <토이 스토리1>의 망충한 외계인들을 이어 내 최애 장난감 됐음. 더키 버니 사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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