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 생각하고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을 읽고

by 썸머Summer 2019. 10. 16.

 

아일랜드 출신 작가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은 내가 영국에 도착했을 때 갔던 서점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되어 있었던 책이었다. 그런 책답게 이 책의 뒤표지에는 이 책이 얼마나 많은 문학상을 받았는지 적혀있다. 샐리 루니의 다른 책, <친구들과의 대화>는 한국에 번역이 되어 나왔는데 이 책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에 옥스퍼드대학교 블랙웰서점에 방문했을 때 방문 기념(?)으로 이 책을 사보았고 완독을 했다. :) 이 전에 읽었던 책이 엘레나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이었는데 다행히 이 책은 그것보다 분량이 훨씬 적어서 그나마 빨리 완독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Connell(코넬)’‘Marriane(메리앤)’이 바로 그 두 사람이다.

코넬은 굉장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으로 나중엔 아일랜드의 최고 대학 Trinity에 진학하고 그곳에서 장학생으로 선발되기까지 한다. 코넬은 똑똑하지만, 축구 실력도 좋고 외모도 좋아 소위 말하는 인싸무리에 속하는 아이다. 그러나 같은 무리에 속한 친구들과 자신은 뭔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완전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아무런 논리적 근거도 없이 자신의 미래가 어두울 거라 생각하는,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뭔가 내면이 병들어 있다. 홀어머니 밑에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게 자라 working class에 속하지만, 어머니와는 사이가 좋은 편이다.

메리앤은 코넬 못지않은 수재다. 그녀도 트리니티에 진학하고 코넬과 똑같이 장학생으로 선발된다. 그러나 코넬과 달리 고등학교 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어울리지 않는다. 아웃사이더 수준을 넘어 거의 괴롭힘을 당하는 정도다. 메리앤의 부모는 이탈리아에 따로 별장이 있을 정도로 부유하지만, 가정에서 학대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 정신적,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오빠와 그것을 내버려 두는 엄마 사이에서 메리앤의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그래서 그런지 만나는 남자친구마다 똥차다. 멍청한데 오만하면서 피학적 관계까지 서슴없이 하는 제이미, 예술허세충에다 메리앤의 자존감을 사정없이 깎아 먹는 루카스, 어떻게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사람을 고르는지 보는 내가 다 안타깝다.

이 두 사람은 동네 친구이자 고등학교 동창이다.
코넬의 어머니가 메리앤 집의 가사도우미로 일해 코넬이 자신의 어머니를 데리러 메리앤의 집을 드나들며 학교 친구들 모르게 두 사람만의 관계를 형성한다.

제목은 “Normal people”이지만 “Normal”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두 사람은 서로가 존재함으로써 서로를 채워주는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영혼을 낱낱이 이해하는 것 같고 게다가 육체적 관계까지도 서로 만족해한다. 마치 두 사람은 발가벗고 가장 순수한 상태로 교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서로의 소울메이트로 존재하는 것 같은 두 사람의 관계는 이상하게 정말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것들로 인해 자꾸 균열이 일어난다.

이미 메리앤과 깊은 교제를 하고 있으면서도 코넬은 교내에서 자신의 평판을 걱정해 메리앤과의 관계를 친구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고등학교 프롬파티에 끝내 메리앤과 함께 가자고 청하지 않는다.

또 대학교에서 우연히 재회한 뒤 이번에는 노멀한 사랑, 노멀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 같지만 방학 동안에는 높은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코넬이 메리앤에게 자신의 경제적 사정에 관해 이야기하지 못하고 방학 동안 고향 집에 돌아간 것에 대해 메리앤이 관계의 끝이라고 생각하면서 소통의 부재로 인한 오해로 둘의 관계는 깨진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그들이 함께했을 때, 코넬이 뉴욕으로 떠나는 것에 지원했던 것을 메리앤에게 미리 말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 채 이 책은 끝이 난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만,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그리고 메리앤이 자신을 낮게 볼까 봐 그녀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코넬, 피학적 관계를 추구하는 등 자기 파괴적이고 극도로 자존감이 낮아서 관심을 끌려고 하다가도 그냥 모든 것에 순응해버리는 메리앤. 이런 두 사람의 어긋남은 결국 두 사람의 성격이 만들어 낸 결과인 것 같다.

이 책은 제목과 달리 abnormalpeopleabnormal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두 사람에서 조금만 시각을 돌리면 메리앤과 어울렸던 남자친구를 비롯한 대학교 친구들의 모습에서, 코넬과 인싸 무리에 속했던 코넬의 친구가 자살한 것 등에서 이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들이 안고 있는 자기 폐쇄적이고 자의식 속에 젖어있는 성향이 보인다.

Normal people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정상 비정상의 경계를 나눌 수 있을까.

노멀의 세계 속에 있는 것 같던, 끊임없이 메리앤에게 넌 이상한 아이라고 모진 말을 늘어놓던 메리앤의 어머니의 동네 평판이 ‘a bit odd’ 하다는 부분이 의미심장했다.

샐리 루니는 스냅챗 시대의 샐린저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데 이 소설을 읽으니 왜 그런 수식어가 붙었는지 이해가 된다. 50년대 홀든의 방황과는 비슷한 듯 결이 다른 2010년대, 현재의 나를 비롯한 젊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내면적인 방황을 잘 그려낸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