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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___Diary

밍이 태어나기까지 23일 남은 날

by 썸머Summer 2020. 6. 22.

요즘 나는 무료함을 느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야 할 출산, 육아 물품의 방대한 리스트에 치여서 맘카페의 핫딜방을 왔다갔다, 당근마켓을 왔다 갔다 하느라 조바심이 났다면 이제 어느 정도 준비물도 다 갖춰졌고 당장 필요한 손수건이니 아기 옷 등의 빨래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는 밍이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딱 그런 상태가 된 것 같다. (물론 아직 출산가방도 안 쌌고 살 것도 남았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애기 로션이나 수딩젤은 조리원 들어가서 살까 했는데 그것도 미리 사야한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ㅠ_ㅠ)

그리고 자주 숨이 가쁘고 앉아도 누워도 일어서도 불편한 상태가 되면서 뭘 해도 딱히 재밌지가 않다. 뭔가 생산적인 일은 전부 책상에 앉아야 이루어지는데, 앉아 있을 때 이유 없이 숨이 차고 속이 불편하고 두통도 생기는 것 같아서 이게 너무 싫다. 내가 생각하는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이랄까. 

그래서 예능도 재미가 없고 남편이 재밌다고 추천하는 드라마도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그냥 누워서 커뮤니티 게시 글을 아무 생각 없이 읽거나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별 감흥 없이 훑어보고 있다. 그나마 컨디션이 좀 괜찮아지면 임산부 요가를 20분 정도 하거나 카페에 가서 한두 시간 정도 육아 관련 독서를 하는 것이 가장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 같다. 뭔가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아서 소소한 성취감이 든다고나 할까. 사실 나도 알고 있다. 나는 오히려 성실하게 살고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계획대로 살았을 때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에서 가장 잘 벗어난다는 것을. 그래서 임산부 요가, 육아책 읽기, 육아 관련 동영상 보기 등을 매일 꾸준히 해야 하는데 어떤 날은 정말 앉아 있기도 싫을 정도로 무기력해질 때가 있다. 아기 낳고서도 이렇게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지면 어쩌지. 

육아 관련 서적도 대충 몇 권 읽어봤다. <임신출산육아 대백과>는 정말 백과사전이니까 그냥 책상 위에 두고 조금씩 뒤적여보고 있고, <똑게육아>,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우선 생후 12주까지만 읽음), <잘 자고 잘 먹는 아기의 시간표>,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0~2세>를 읽었다. 지금은 <0~5세 말 걸기 육아의 힘>과 <하루 5분 엄마의 언어 자극>을 읽고 있다. 

뭔가 내용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눈앞에 아가가 없어서 그런가. 내용이 크게 머리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ㅠㅠ 그래도 이런 책들을 통해 기본적으로 10개월 동안 내 뱃속에서 정말 편안하게 잘 살다가 갑자기 거친 세상에 던져진 아가의 불안함을 잘 이해하고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으로 잘 보살펴야 한다는 마인드는 어느 정도 잡힌 것 같다. 

그렇지만 책, 혹은 안내서라는 것이 다 그렇듯 모범적으로 대처하는 방법만 나열되어 있으니 내가 얼마나 그 책의 안내를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책마다 조금씩 기간을 다르지만 어쨌든 생후 1-3개월 정도까지는 수면교육이니 하는 것보다 절대적인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밤중에도 여러 번 일어나 수유를 했을 때 수면이 부족해진 내 체력이 버텨줄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의 상상과 현실은 얼마나 다를까. 현실은 오감으로 경험하는 세상인데, 나한테는 이러이러 할 것이라는 희미한 이미지밖에 없으니. 아기가 우는 울음소리는 얼마나 크고 오래 지속될까.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아기 울음소리를 집요하게 들은 기억이 없는데 과연 그 시끄러운 소리에도 우리 아기 예쁘다~의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차례 봐야하는 아가가 누는 변의 비주얼도 냄새도 전부 기쁜 마음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다들 어렵고 힘들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하고 있겠지. 그러니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할 때라는 말을 입을 모아 하는 거겠지.

한편, 육아 관련 서적들을 읽는 것이 뭔가 내가 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긴 한데 아무래도 그동안 읽던 분야도 아니고 한꺼번에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려니 읽으면서도 힘이 들긴 한다. 특히 분유수유보다 모유수유가 뭐 아기에게도 좋다 그러고, 젖병 씻고 삶고 분유 타고 하는 것보다 모유수유가 간편할 것 같아서 일명 ‘완모’를 하고 싶은데 육아 책에 젖몸살이니 유선염이니 칸디다 감염(?) 등 생각만으로도 아플 것 같은 병에 대해 나열, 설명해 두고서는 이렇게 아파도(심지어 피가 나도) 참고 모유를 수유해야 그 병들이 오히려 낫는다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으니 벌써부터 솔직히 겁이 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 몸 아픈 게 끔찍하게 싫은 사람이 바로 난데 ㅠ_ㅠ 

그리고 육아 서적에서 당연하고 필요한 정보이지만 아가의 발달 단계에 대해 설명하고 만약 그 발달 단계에 다다르지 않는다면 무엇무엇(주로 장애, 자폐 등 생각만으로도 무서운 것ㅠㅠ)으로 의심되니 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식의 서술이 나열되다 보니 이런 부분은 읽는 것만으로도 괜히 무섭고 스트레스까지 쌓이는 것 같다. 내 멘탈 이렇게 약해서 어떡하나 정말.  

용감하고 씩씩한 엄마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독서를 계속 해 나가는 것이 답인지 그냥 어쩔 때는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생각으로 출산 육아와 관련 없는 것들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답인지 잘 모르겠다. 이제 정말 한 달도 안남은 지금 이 시점의 나의 생각과 마음은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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