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낯선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

내 맘대로 선정한 비엔나 3대 카페

by 썸머Summer 2019. 9. 18.

내 맘대로 정하는 비엔나 3대카페는 왜 내 맘대로인 것이냐 하면 비엔나에서 수십 곳의 카페를 방문하고 정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방문한 카페가 딱 이 세 곳이기 때문이다. ㅋㅋㅋㅋ  카페자허, 카페첸트랄, 카페무제움. 이 세 카페는 비엔나의 숨겨진 카페 이런 것이 아니라 아주 유명한 카페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카페이다. 

 

카페 자허_ 자허토르테 케이크가 유명하며 메뉴판 모양이 신문을 카페에 비치할 때 그 모양 그대로 

먼저 첫번째, 카페자허.  
이곳은 '자허 토르테'라는 케이크로 굉장히 유명한 집이다. 나는 아무리 맛집이고 멋집이라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동안 힘들게 줄을 서야하는 수고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어디 여행을 가서도 1시간 줄을 서야하는 맛집이 있다면 그냥 줄 안서고 들어갈 수 있는 덜맛집을 찾아가는 편이다. 그래서 여기도 그냥 패스할까 생각했는데 여행 오기 전에 읽은 책에서 '자허 토르테'라는 케이크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오직 카페자허 뿐이라는 문구를 보니 그래도 비엔나에 온 이상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홀리듯이 들어갔다. 다행히 내가 비엔나를 찾은 시기가 여행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웨이팅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자허토르테는 초코케이크인데 평소 초코케이크를 별로 즐기지 않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맛있게 먹었다. 일단 그렇게 달지 않았고 중간중간에 있는 살구 맛이 자칫 질릴 수도 있는 초콜릿의 단맛을 상쇄시켜 주어서 한번에 여러 조각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물론 이러한 맛에 대한 나의 평가도 결국 이 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이곳 하나 뿐이라는 희소성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자허토르테의 레시피가 알려져 이제는 일반명사가 되었다고 하던데 그래도 역시 원조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하며 맛을 음미했다.  

 

 

 

카페 첸트랄_ 이곳에선 비엔나 커피를 :) 


두번째, 카페 첸트랄 
이곳 또한 비엔나의 대표 카페 중 하나로 문 앞에 서있는 웨이터가 문을 열고 자리를 안내해 주는 것을 따라가면 궁전 같은 호화로운 실내가 시선을 바로 사로잡는다. 페르스텔라 공작 저택의 대형 홀을 카페로 바꾸었다고 하니 그 호화로움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5시부터였나 그때부터 실내 피아노 연주가 진행된다. 그런데 지금도 제대로 된 정보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 카페를 방문했을 때도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는 시간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해버렸다. 그러나 존버는 언제나 승리한다(..)라는 생각으로 1시간 정도 그 조그만 커피잔을 붙잡고 처언천히 음미하며 피아노 연주도 들었으나 손님들의 소리에 피아노 소리가 묻혀서 내 기대보다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을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는 비엔나의 유명한 철학자, 소설가, 시인, 화가, 건축가 등이 자주 찾던 카페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페터 알텐베르크는 이 카페를 제집 드나들듯 다니며 자신의 작업실처럼 애용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의 모습을 본 딴 인형을 입구에 배치해두었다. 페터 알텐베르크의 인형은 마치 들어오는 손님들을 가만히 관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무심히 인사를 건넬 것도 같았다. 나는 아쉽게도 달변가로 유명하다는 이 작가의 글을 단 한편도 접한 적이 없다. 꼭 한번쯤은 이 작가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 이곳 카페 첸트랄에 앉아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써 내려갔을 그의 글을. 

 

 

카페자허나 카페첸트랄과 달리 카페 무제움의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

세번째 카페 무제움
원래는 잘츠부르크를 갔다가 렌트카를 이른 아침에 반납하고 빈소년합창단을 보러 미사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도로 사정 등으로 미사에 참여하기에는 시간이 늦어버렸고, 체코로 가는 차가 출발할 때까지는 또 시간이 남아서 어쩌지 고민하다가 남는 시간을 떼우기 위해 계획에 없던 카페 무제움을 방문했다. 이곳은 '빈 미술 아카데미'와 그곳으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한 빈 분리파 화가들의 성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제체시온'의 중간에 위치한다. 이러한 입지 덕분에 이곳은 예술가들 그 중 화가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카페라고 한다. 카페 자허나 카페 첸트랄과는 다른 느낌으로 그렇게 화려하고 호화로운 느낌은 없지만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묘하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실내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애초에 이곳을 방문한 이유가 새벽부터 잘츠부르크에서 운전을 해 왔으며 또 체코까지의 여정을 앞두고 있는 나를 쉬게 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편안한 카페의 분위기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곳은 비엔나의 슈퍼스타라고도 할 수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단골 카페였고, 그를 따르던 또 다른 유명한 화가 에곤쉴레가 자주 찾던 곳이었다. 뮤지컬 엘리자벳을 정말 좋아해서 여러번 관극했는데 뮤지컬 엘리자벳의 넘버 중에 앙상블들이 카페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카페 자허도, 카페 첸트랄도 마찬가지지만 카페에 비치되어 있는 신문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세기말 비엔나에서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을 클림트와 쉴레 그리고 또 다른 수많은 예술가들을 상상해보았다. 그들은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그리고 그 이야기의 내용이 반영된 그림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영감을 주리라고 예상했을까.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머물렀던 공간은 남았다. 그리고 지금도 이곳에서 새로운 시대의 또 다른 이야기가 쓰여지고 있을까. 잠시 이곳을 스쳐간 나도 기억해 달라는 듯이 괜히 테이블을 한번 손으로 쓸어보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