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예정일까지 10일!
예정일까지 D-10. 이제 진짜 10, 9, 8, 7 하며 생생하게 세어 내려갈 수 있는 만큼 남았다. 임신하기 전에는 몰랐다. 이렇게 임신의 전 과정에 각기 다른 불안감과 걱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임신 초에는 태동이랄 것이 없으니 혹시나 하는 유산의 두려움이 컸고 중반에는 가끔 배가 세게 뭉쳤을 때에도 딱히 병원에 가볼 수 없어서 무서웠고 임신 막바지에 다다르니 이젠 아이가 제 때, 자연스럽게 나오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
영국에서는 임신 초기 검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고 중반에도 정말 필수적인 검사 외에는 뭘 할 수 없어서 유산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병원에 갔을 때 자궁경부길이를 바로 재 봤는데 6cm라고 안심해도 된다고 하셔서 안도했는데, 이젠 상황이 역전되어 저번 주(37주5일차)에 병원에서 드디어 ‘내진검사’라는 것을 했는데 아직 아기가 내려오지도 않았고 경부길이도 4cm나 되어서 출산의 기미가 거의 없다고 말씀하셔서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의사선생님도 내가 진행상황이 많이 느려서 그런지 다양한 속 골반모양에 대해 설명해주시며 이러이러한 골반 모양을 가진 경우엔 아이가 진입을 할 수 없다고,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알겠지만 지금은 엑스레이를 찍을 수 없으니 일단 예정일까지 지켜봐야한다고 말씀하시며 직접적으로 말씀은 안하셨지만 넌지시 제왕절개 가능성을 암시하셨다. 안 그래도 내가 걱정했던 부분이 골반이긴 했다. 정말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다리 찢기도 못하고 임신 전 요가학원을 다닐 때에도 골반 쪽 운동을 하면 대다수의 수강생들보다 훨씬 못 따라했기 때문에 걱정은 하고 있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 것인가.ㅠㅠ 막달엔 애기가 내려오면서 태동도 줄어든다는데 울 밍이는 여전히 내 배에서 나올 생각 없이 아직도 신나게 놀고 있고, 다들 가진통을 겪던데 난 정말 집중해서 느껴야지!!하면 조금 느낄 정도의 약간의 생리통 같은 느낌 뿐. 내가 느끼기에도 출산이 멀게만 느껴진다.
어차피 선불이냐 후불이냐의 차이일 뿐 고통이 똑같다면 회복도 빠르고 모유수유도 수월하게 시작한다는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는데. 일단 이름부터 ‘자연’분만 아닌가. 순리대로 자연스러운 출산형태니까 당연히 내 몸에 부담도 덜하겠지. 근데 예정일까지도 자연스럽게 진통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건지 무섭다. 유도분만을 시도해 보는 걸까. 근데 유도해봤자 의사 선생님 말대로 내 골반 모양이 허락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제일 겁을 내고 있는 진통은 진통대로 다 하고 제왕절개를 하는 그런 경우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자연분만이든 유도분만이든 시도도 안하고 그냥 제왕절개를 하는 것은 나를 위해서 좋은 선택인걸까. ㅠㅠ 내일 이제 38주 5일차로 병원에 진료 받으러 가는데 어떤 얘기를 듣게 될지 조금 겁이 난다.
지난주 토요일에 소위 말하는 ‘이슬’의 피가 아니라 정말 새빨간 피를 봐서 놀라서 병원에 달려갔단 얘기를 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경부길이도 이렇게 길고 아기가 나올 준비도 안됐는데 괜히 내가 무리하게 움직여서 또 피가 나거나 하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으니 어차피 아기가 준비되면 나오게 되어있다고 순리에 맡기라고 하셔서 살짝 걱정되는 맘에 이번 주엔 가벼운 요가나 짐볼 운동밖에 못했는데 이제 정말 언제 나와도 괜찮으니 내일부터는 걷기운동이라도 신경 써서 해야겠다.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 밍아 바깥은 엄마 뱃속보다 더 재밌고 신나는 것들이 많으니 얼른 나와 봐~
요즘 별로 듣고 싶은 음악도 없었는데 자우림의 신곡이 나와서 정말 좋다. 나는 타이틀곡보다 이 노래가 더 취향! 가사와 멜로디가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노래다. 내가 콘서트를 간다거나 하는 자우림의 열성 팬은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면 10대 때부터 지금 30대가 된 시점까지 꾸준히 좋아한 가수는 자우림이 유일한 것 같다. 내가 10대 때 나왔던 음악을 들으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좋고, 최근에 발표한 노래들은 그 노래대로 또 그때그때의 내 감성이 덧입혀져서 좋다. 이렇게 오랜 기간 좋은 음악을 꾸준히 하는 자우림이라는 밴드가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 :)
<부모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가 쭉 나열되어있던 각종 육아 책들을 읽는 것에 약간 지쳤었는데, 이제 앞으로 ‘부모’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달고 살아야 하는 나를 위해 딱 알맞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자신이 만난 다양한 부모들의 사례와 심리학, 사회학, 철학 등의 다양한 자료들을 인용해 정말 ‘부모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다양한 각도에서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다양한 육아 책들은 ‘아이’가 주된 관심사라 내가(즉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행동, 말, 교육을 하고 그것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내용이라면 이 책은 아이가 나라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부제 혹은 원제인지 모를 “All Joy and No Fun”이라는 이 구절이 결국 이 책의 내용을 집약하는 말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이제 곧 부모로 살게 될 내 모습을 그려본다. 대다수의 사람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똑같이 밟아 나갈 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기쁨과 환희를 함께 느낄 나,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오직 나만 가질 수 있는 색깔은 어떨지 궁금하다. 나는 어떤 부모로 살아가게 될까.